예전에 근무했었던 Secretary에 대한 이야기.  Secretary하면 한국말로는 "비서"인데,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대기업 비서실의 비서는 아니다.  그냥 굉장히 나이 많이 드신 분이었고, 우리 부서의 이런저런 잡다한 일 & 경리 등의 일을 보던 분이었다.


하루는 직원들한테 그분에 대한 불만을 듣게됐는데, 불만이었던 사항이,


본인이 나이가 들어서 잠이 없다는 이유로 새벽 5시에 출근해서 근무하고 오후 12시에 퇴근해버리니까, 정작 다른 직원들이 그 Secretary를 만나야할 상황에서 못만나게되서 일 진행에 곤란한 일이 많다는 점이었다.


그분은 2016년도에 은퇴하셨다.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내 기억으로는 "꼬장꼬장한 할머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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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내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부서장(Director)이 점심 시간에 이런 얘길 했다.


IT만큼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분야가 없다.  프로그래머 등 IT/컴퓨터 쪽 직업을 갖고있는 사람들의 연봉이 올라야하는 이유는, 이러한 빠른 변화에 맞춰 자신의 기술을 끊임없이 유지/보수하기위해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의 댓가, 그리고 해당 직원이 계속해서 프로페셔널해지기 때문에 연봉이 오르는 것이다.


라고 했다.


존경스럽다.

참고로 울 부서장은 교육학 박사라서, IT랑은 거리가 멀다.  학사 전공이 컴퓨터라서, 아주 멀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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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첫 해는 참 바쁘게 보냈었다.  외국에서의 첫 직장생활이어서 그랬는지 긴장도 많이 했었다.


당시 사수가 Bacula라고 하는 네트워크 백업 소프트웨어의 교육을 보내줘서 뉴저지에 있는 모 호텔에서 3박 4일간 교육을 받던 중, 뭐 그래도 이메일도 좀 확인하고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해야할 것 같단 생각에 일을 좀 하니까 당시 사수 왈,


"휴가를 가던 교육을 가던, 사무실을 벗어나면 일은 하지 마라.  사무실에서 해야할 일은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한테 맡기고, 너는 거기서 교육만 잘 받고오면 된다"


나도 이 말을 듣고 배워서, 내 사수가 휴가를 가면 절대로 연락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나나 내 직장동료들이나, 거의 천재지변급 사태가 터지지 않는 이상 휴가간 사람한테는 연락을 하지않는게 기본적인 예의이고 상식이다.


말 나온김에 당시 내 사수였던 사람에 대해서 얘길 좀 해보자면,

독일 사람이었는데 고등학교를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왔던터라 영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했고, 독일에서 전기전자공학 학사/석사를 했고,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전산학 박사를 했고,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다혈질이었고, 독일사람답게 굉장히 직설적이었으며, geeky/nerdy했고, 애플과 애플 제품을 너무나도 혐오했으며, 자기 고향 독일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베트남계 독일인이었고, 뭔가 불합리한 일에는 열변을 토해가며 불만을 내쏟는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은 미란티스라고 하는 세계 굴지의 오픈스택 회사에서 무려 클라우드 디렉터라는 직책을 맡고있는 정말 대단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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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몇 주 지나지 않아서 당시 내 사수가 프로젝트를 줬다.  SNMP라는 프로토콜이 뭔지 이해하고, 그걸로 모든 서버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끔 세팅을 하라는 것.  기한은 대략 2주를 줬다.


뭐,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빨리 끝내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1주일만에 끝내버렸는데, 당시 사수 왈,


"나는 너한테 빨리 끝내길 원한게 아니다.  니가 이게 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니가 하려는 일이 뭔지 정확히 알면서 하길 원하는 거다.  앞으로 프로젝트할 때는 빨리 하려고 하지 마라"


근데 뭐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군대에 직장생활까지 하다온 나로서는, 아무리 그렇게 얘기해도 무조건 빨리 끝내야한다는 강박관념만은 못떨쳐내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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