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시절 컴퓨터 고치는 알바를 했었다. 하와이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는데, 일화를 좀 소개해드린다.
1. 노트북에 윈도우를 재설치하는 데만 해도 기본으로 $99부터 시작한다. 본토는 일단 시장 자체가 워낙 크니 거기는 가격이 많이 싸겠지만, 하와이는 그렇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고, 일단 컴퓨터를 다루는 직업부터가 이미 인건비가 비싼 엘리트 기술자라는 인식이 있기도 하기 때문. BestBuy 같은 곳은 더 심한데, 한국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여서 $160, $200씩 받는다. 뭘 붙이냐면, 한국식으로 치면 곰플레이어나 알집 같은 무료 프로그램 몇 개 설치해주는 정도.
2. 어느 날은, 노트북에 윈도우 다시 깔아달라고 맡긴지 두달이 넘도록 안찾아가길래 전화를 했더니, "나 노트북 맡긴 적 없는데?" 라고 하더라. 자기가 노트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나? 지금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일.
3. 역시 마찬가지로 노트북 고쳐달라고 맡긴지 몇 달이 되도록 안오길래 연락해서 물어보니까, 자기 딸이 맡긴 것 같은데 자기 돈 주고 찾아줄 생각 없으니까 그냥 폐기하란다. 더 어이없는 건, 그 딸도 별로 찾고싶은 생각이 없다는 점.
4. 어떤 한국 손님이 노트북 액정이 깨졌다고 액정 교체하는데 비용이 얼만지 알려달라면서 맡겼다. 뭐 이것저것 알아보니 한 $150에서 $200 정도 들 것 같길래 얘기해주니까, 그냥 폐기해달란다. 컴퓨터 가격이 한국에 비해서 워낙 싸다보니 그돈 주고 고치느니 그냥 새로 사겠다고 생각한듯.
5. 노트북은 페이스북 하는데에만 사용하고, 그 외엔 아예 사용을 안하던 20대 손님이 하나 있었다. 컴퓨터를 아예 쓸 줄 몰랐지만, 사실상 살아가는데 있어서 컴퓨터 자체가 아예 필요가 없었던 것. 컴퓨터는 그냥 페이스북 전용 머신.
사실 많은 하와이 사는 사람들-특히 마이크로네시안이나 사모안-이 대부분 컴퓨터 없이 살거나, 있어도 보통 학생들은 숙제하는 것과 페이스북 하는 것 말고는 아예 사용안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 살 때 (2006년도 당시)는 노트북 한 대 갖는 것도 가격이 비싸서 참 어려웠는데, 이 알바를 하면서 내가 쓰던 노트북이 한 3대는 됐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분들을 조금 아는 편이라 잠깐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이분들이 소유한 다세대 주택 (Apartment, 총 6세대)에서 2012년에서 2015년까지 3년간 살았었다.
McCully-Moilili 도서관에 한국책이 약 3만권 정도 있다고하는데, 이분들께서 노력하셔서 그렇게 된 건 사실이다. 3만권이라고 하면 상상이 잘 안가실텐데, 맥컬리-모일릴리 도서관이 그렇게 큰 도서관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책이 나오면 여기에도 몇 주 안에 들어올 정도이고, 나도 여기서 최신 웹툰만화들을 거의 다 봤을 정도니 이 도서관에 애정을 갖고 노력하셔서 이렇게 된 거다. 나도 처음 가봤을 때 한국책이 너무나도 많은 것에 감동받아서, 내가 안보는 책들을 기증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5권 정도를 기부했다.
다만 내 생각에 기사 제목처럼 전재산을 기부한 건 아니었을 거라고 추측하는데, 예전부터 이분들이 늘상 도서관에 기증한다 기증한다 오래 전부터 주변 한인들에게 얘기해온터라, 뭐 솔직히 본인들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하기싫어졌다고해도 어쩔 수 없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사실 이 기부금은 내가 전에 살던 그 다세대 주택을 팔아서 기부를 한걸로 알고있는데, 내가 알기로 그 주택이 최소 150만불 (15억) 이상은 나가는 것으로 알고있었기 때문.
더군다나 그분들이 그 주택에서 같이 거주하신 것도 아니고, 하와이에서 최고의 부자동네라고 알려진 카할라에 본인들 사는 집이 따로 있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전재산"을 기부한건 아니라는 점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하고 기부했다고 뉴스에 나오는데, 카할라 본인들의 집 가격만 해도 내 생각엔 최소 300만불 (30억) 이상 나갈 거다. 카할라는 그런 동네다. 왠만한 집들 대부분이 최소 50억 이상에 보통 100억 200억씩 하는 궁궐 수준이다. 그냥 직장생활 하는 봉급쟁이로는 거기서 못살고, 왠만큼 돈 좀 있다 하는 사람들도 거기서 못산다.
물론, 100만불이 한두푼도 아니고, 그걸 기부한 건 보통사람들이 할 수 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거다.
참고로, 집주인 아저씨는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어서, 당시 그 집에 사는 동안 불편한 점이 다소 있었지만, 당시에는 거동이 불편해서 옆집 사시는 분이 건물 매니저 역할을 해주면서 중간에서 조절을 잘해주셔서 큰 문제는 없었다.
IT만큼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분야가 없다. 프로그래머 등 IT/컴퓨터 쪽 직업을 갖고있는 사람들의 연봉이 올라야하는 이유는, 이러한 빠른 변화에 맞춰 자신의 기술을 끊임없이 유지/보수하기위해 공부해야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이러한 노력에 대한 보상의 댓가, 그리고 해당 직원이 계속해서 프로페셔널해지기 때문에 연봉이 오르는 것이다.
라고 했다.
존경스럽다.
참고로 울 부서장은 교육학 박사라서, IT랑은 거리가 멀다. 학사 전공이 컴퓨터라서, 아주 멀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취업 후 첫 해는 참 바쁘게 보냈었다. 외국에서의 첫 직장생활이어서 그랬는지 긴장도 많이 했었다.
당시 사수가 Bacula라고 하는 네트워크 백업 소프트웨어의 교육을 보내줘서 뉴저지에 있는 모 호텔에서 3박 4일간 교육을 받던 중, 뭐 그래도 이메일도 좀 확인하고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해야할 것 같단 생각에 일을 좀 하니까 당시 사수 왈,
"휴가를 가던 교육을 가던, 사무실을 벗어나면 일은 하지 마라. 사무실에서 해야할 일은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한테 맡기고, 너는 거기서 교육만 잘 받고오면 된다"
나도 이 말을 듣고 배워서, 내 사수가 휴가를 가면 절대로 연락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나나 내 직장동료들이나, 거의 천재지변급 사태가 터지지 않는 이상 휴가간 사람한테는 연락을 하지않는게 기본적인 예의이고 상식이다.
말 나온김에 당시 내 사수였던 사람에 대해서 얘길 좀 해보자면,
독일 사람이었는데 고등학교를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왔던터라 영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했고, 독일에서 전기전자공학 학사/석사를 했고,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전산학 박사를 했고,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다혈질이었고, 독일사람답게 굉장히 직설적이었으며, geeky/nerdy했고, 애플과 애플 제품을 너무나도 혐오했으며, 자기 고향 독일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베트남계 독일인이었고, 뭔가 불합리한 일에는 열변을 토해가며 불만을 내쏟는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은 미란티스라고 하는 세계 굴지의 오픈스택 회사에서 무려 클라우드 디렉터라는 직책을 맡고있는 정말 대단한 사람.
하와이에서는 출근시간 8시에 퇴근시간 5시로 거의 정해져있다. 다른 곳보다는 1시간 빨리 시작해서 1시간 빨리 끝나는데, 지각을 했다면 지각한 시간만큼 일을 더 하면 된다라고 하는 일종의 사회적인 통념이 있다. 예를 들어, 8시 30분에 출근했다면, 5시 30분에 퇴근하면 괜찮단 얘기.
첫 출근해서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어느날 하루는 지인과 함께 저녁 약속이 잡혀있어서 5시에 퇴근을 해야만 하는 날이었는데 그날 8시 30분에 출근을 했다. 퇴근하기 직전에 30분 먼저 가도 되냐고 사수한테 얘길해야하는데, 한국식으로 이걸 얘기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정말이지 한 30분은 고민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약속은 잡혀있었으니 말은 해야해서 용기를 내서, 딱 5시가 됐을 때 같이 근무하던 내 사수에게 "내가 오늘 일이 있어서 지금 가야될 거 같은데, 가도 될까?" 하고 물으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굉장히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보면서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니가 가고싶으면 가는 거지, 왜 그걸 나한테 물어보지?".
이런 일을 몇 번 겪은 뒤로는, 이러한 것을 물어보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됐다. 이후로는 너무 편해져서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됐다.
나: 야, 나 내일 모레 못나온다
사수: 어 그래? 뭐 무슨 심각한 일 있는 건 아니지?
나: 별 일 아냐. 걍 이러이러한 일이 좀 생겨서 어딜 좀 가야되는데 못나올 거 같아.
사수: 그날 뭐 특별한 거 없지?
나: 없어
사수: 오케
적는 김에 좀 더 적자면, 위의 에피소드로 봤을 때 내가 너무 직장생활을 날로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 사수는 더 했다. 어느 날 아침에 출근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사수: 난데, 지금 출근 중이야?
나: 어 거의 다 왔어
사수: 오늘 우리집 애들 봐주는 베이비시터가 아무 얘기없이 안나와서, 오늘은 일 못나갈 것 같다. 특별한 일 없지?
나: 없어
사수: 그래 내일 봐.
이 정도는 그래도 애 때문에 그런 거니까 이해해줄만한데, 어떤 날은 사무실에서 일하다 한 3시쯤 되더니, "나 가야겠어. 내일 봐" 그러더니 휙 나가버렸다.
며칠 전 성당에서 1년 정도 지낼 계획으로 한국에서 방문하여 현재 6개월째 거주하고 계시는 분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왔다. 하와이 거주 계획이 세워지고나서 내 블로그에 실린 하와이 실체 시리즈 글을 프린트해서 외우다시피하실 정도로 봤다고 하시면서,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시더라.
내 블로그를 보시면서, "이런 정보가 없는데 이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게 있다면 뭐가 좋겠느냐고 여쭤보니, 의외의 대답으로 나온게 바로 "처음에 와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순서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내가 이것이 의외였다고 생각한 이유는, 사실 낯선 곳에 가면 국내든 외국이든 순서들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집 구하고, 차 구하고, 그리고 뭐 별거 있었나 싶었는데, 그분 말씀이 그걸 알아도 막상 닥치면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또한, 집을 구하려고 해도 언어 문제와 현지 실정을 잘 모르는 관계로 괜히 바가지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계약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하시더라.
이번 글에서는, 본 하와이의 실체 시리즈 답게 솔직한 "하와이에서 정착하는 순서"에 대해 작성해볼까 한다. 하와이에 장기간 거주할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작성한다. 아래 내용에 서술된 사례나 경험담은 거의 대부분은 직접 경험한 것들이다.
먼저, 하와이에서의 정착순서는 개인적으로아래의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개인적인 의견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임시로 거주할 민박 등은 미리 구해놓으신 상태라고 가정한다.
1. 핸드폰 개통
2. 장기로 거주할 거주지 구하기
3. 은행 통장 개설
4. 인터넷 개통
5. 물품 구입
왜 은행 통장부터 개설하지 않고 집부터 구하는지 궁금해하실 수도 있을텐데, 밑에서 따로 설명한다. 통장개설보다 집을 먼저 구해야한다.
1. 핸드폰 개통
한국은 임시로 핸드폰을 쓰기가 참 힘든 나라다. 내가 한국을 갈 때마다 스트레스 받는 부분인데, 동네 어느 폰가게를 가도 선불폰 등의 요금제를 몰라서 취급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며 심지어 공식 대리점조차도 잘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요금이 정말 살인적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선불요금제가 아주 잘 발달되어있어서, 쉽게 개통이 가능하며 요금 또한 그리 비싸지 않다. 다만 이 글에서는 금액이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먼저 개통해야한다고 보는 이유는, 최소한 구글맵이라도 좀 편하게 보고다닐 수 있어야 혼자 여기저기라도 알아보고 다닐 수 있기 때문으로 본다. 전화 및 인터넷이 되고 안되고는, 체감하는 기분의 폭이 크다.
먼저, 한국말로 편하게 폰을 개통해야할테니, 2군데를 추천해드린다. 하나는 88 수퍼마켓 내에 위치한 핸드폰 가게가 있고, 나머지 하나는 팔라마 수퍼마켓 내에 위치한 가게가 있다. 양쪽 다 한국말로 대화가 가능하며, 하와이 내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티모빌을 취급한다. 로컬가게 가서 개통했다가 나중에 요금에 문제 생겼을 때만 한인마켓 찾아가지 마시라고 권해드린다. 폰가게 운영하시는 분한테 여러번 직접 들은 얘기인데, "개통은 딴데서하고, 문제 생겼는데 영어 안되니까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라고 생각들게 되고, 이게 기분이 상당히 나쁘단다. 그래서 왠만하면 안도와준다고 한다.
한인 폰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기본적인 운영 마인드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언어적인 부분 때문에 통신사에 문제 생기면 해결하기 힘드니까, 우리한테 오셔서 개통하시면 우리가 나중에 도움 필요할 때 도와드린다 라는 거다. 솔직히 충분히 납득되는 부분이지만 한국에서 오신 분들과 여기 사는 사람들 사이의 인식차이가 생긴다. 한국에서는 통신사와 문제가 생겼을 때 폰가게에 가서 얘기하면 해결해준다. 해결이 된다. 그런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폰가게는 통신사의 대리자 입장이 아니라, 중개인 입장 정도이기 때문에 중개인 입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업무는 폰가게에서 수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업무는 폰가게에서 해야할 의무가 없는 관계로 소비자가 직접 통신사의 상담센터로 전화를 해서 해결을 지어야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에서 막 오신 분들은 언어 때문에 해결이 힘들기 때문에, 폰가게 직원이 시간을 내서 도와준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통신요금제도는 한국과 달라서, 폰가게에서 이런저런 옵션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실 옵션도 별로 없다. 옵션 더 붙여서 판매한다고해서 폰가게가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니라서, 마음 편하게 가셔도 된다. 다만 염두에 둬야할 점은, 월 $59짜리 요금제라고 해서 실제로 요금이 $59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 이런저런 세금이 덕지덕지 붙어서 나오는데, 이건 핸드폰 가게가 일절 건드릴 수 없는 부분임에도 손님들이 이런 제도를 잘 몰라서 핸드폰 가게에 항의를 많이 하게되니 폰가게로서는 좀 억울한 면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외에도 미국에서는 각종 수수료의 액수가 쎈 편이라, 뭔가를 변경하게되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하니 이점 역시 염두에 두셔야한다.
미국 핸드폰 광고를 보면, 고가의 스마트폰의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보여주지만 사실 그 가격들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 다시 말하자면 Social Security Number를 갖고있는 사람들이 일종의 계약을 통해서 공급받는 가격이므로 이런 건 관심을 안가지시는게 좋다. 어차피 이글 보고 하와이 가실 분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직접 쓰던 폰을 가져가실테니, 그냥 그 폰을 마국에서 개통할 수 있는지만 알아보시면 되겠다.
일반적으로 하와이에서는 Verizon, T-Mobile, Sprint, AT&T, Mobi 이렇게 5개의 통신사를 많이 쓰며, 이외의 통신사 선불폰에 가입하게 될 경우, 폰 개통시 전화가 잘되는지 반드시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한다.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모두 그 자리에서 확인하자.
2. 거주지 구하기
중요한 문제다. 기본적으로 하와이에서는 처음 집을 구해서 들어갈 때 첫달치 월세와, 한달치 월세 금액만큼의 돈을 보증금으로 내야하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다. 이 보증금은 계약 만기시 집을 비워주는 날 조건에 따라 돌려받게 된다. 예를 들어, 들어가려는 집의 월세가 월 $2,000이라면 보증금이 $2,000이며, 따라서 입주 첫날 $4,000을 지불한다. 그리고 계약이 끝나고 나가는 날 $2,000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절대로 100% 전액 다 돌려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계약만기일, 다시 말해서 집을 비워줘야하는 날에는, 처음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상태를 만들어놓고 나가야한다. 즉, 청소를 해놓고 나가야한다. 처음 입주했을 때 집에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면, 마찬가지로 나갈 때도 종이 한 장 없이 똑같이 해놔야한다. 여기서 문제가 많이 생긴다. 한 6개월 1년 살다보면 더러워지는게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 밑에서 따로 설명한다.
집 구하기가 은근히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게, 생각보다 잘 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이 많이 나오지 않는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하와이의 집 수준이 워낙 낡아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부분도 있다.
장기거주 계약이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6개월 계약과 1년 계약의 차이는 없다. 다만 계약기간이 길면, 해당 계약 기간만큼은 계약한 월세 금액을 변동없이 보장해준다는 점이다. 그래도 6개월이 낫다. 마음에 들어서 입주했는데 한두달 지나고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너무 많이 생겼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여기서 세입자와 계약이라는 행위를 하는 대상은 2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부동산 관리회사이며 두번째는 집주인이다.
와이키키에 위치한 상당수의 고층 건물들 대부분은 호텔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이 많이 죽은 동네에 위치한 호텔 건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호텔 내의 객실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하지만, 어떤 호텔들은 아예 아파트 마냥 통째로 형태를 바꿔버린 곳들이 있다. 그러면서 일반인들이 각 객실들을 구입해서 일반 집처럼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객실을 구입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세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하와이에 살지않는, 예를 들어 일본이나 미국 본토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구입을 해서 월세를 받고싶은데 하와이에 거주하면서 세입자를 받을 형편이 안되다보니, 이것을 대신해주는 부동산 관리회사가 생기게 되면서 이들이 세입자를 골라서 받고, 월세를 대신 받아주고 관리를 해주는 대신 일정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관리회사와 계약을 하게될 수도 있고, 집주인이 하와이에 거주한다면 집주인과 바로 계약을 하게될 수도 있다.
집주인과 계약을 하든 부동산 관리회사와 계약을 하든, 어떤 경우라도 상당히 골치아픈 경우가 생기고,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집주인보다는 부동산 회사와 더 안좋은 경험이 많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보자.
하와이의 집들은 상당히 오래된 집이 많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오래된 집들이 많다. 좋은 동네에 번쩍번쩍하는 초고층 아파트도 20년이 넘은 경우가 많고, 그냥 무난해보이는 고층 아파트인데 지은지 50년된 아파트들도 많다. 나도 건축년도를 보고 깜짝 놀란 경우가 많았는데,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월마트 주변 고층 콘도들 대부분이 최소 50년은 된 아파트들이다. 막상 가서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그닥 오래되어보이지 않는다. 와이키키에 있는 호텔들이라고 해봐야 힐튼 빌리지 제외하면 다들 딱히 새건물은 아니다. 아래의 아파트는 Ward ave 끝자락에 위치한 프로스펙트 타워인데, 이게 건축한지 70년된 아파트이다.
하와이 주택들의 문제는,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썩어간다는 점이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닌데, 오래된 아파트라고 꼭 그렇진 않다는 얘기다. 유지보수가 잘되어있는 아파트라면 건축년도에 관계없이 문제 없다.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비가 오면 집 어디선가 물이 떨어진다던가, 배수 파이프가 엉망이라 좀 살다보면 하수가 너무 자주 막힌다거나 하는 문제가 종종 생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살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들, 예를 들면 형광등이 나갔다거나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거나 하는 부분들이야 당연히 내가 잘못한 것일테니 내가 고쳐야하는 점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는데,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생기면 상당히 골치아파진다는 거다. 물론, 이건 집 자체가 낡아서 생기는 문제이니만큼 집주인이 고쳐줄테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세입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진 않는데,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거다.
아마 대부분은 호놀룰루에서 거주하실 계획일테니, 호놀룰루 내에서는 어지간하면 그런대로 다들 살만한 동네지만, 와이키키는 의외로 피해야할 거주지역에 속한다. 그 이유는 와이키키가 장기적으로 거주하기에는 적합한 동네가 아니기 때문인데,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마트가 가까운 곳에 없고, 관광지역이라 시끄럽고 교통이 많이 밀리며, 월세가 비싸기 때문이다. ABC마트라고 하는 편의점이 있긴하지만, 편의점에서 살림하시는 분은 없을 거라고 본다.
순서대로 설명을 하려고 글을 이리저리 뒤섞어봤는데, 이걸 하려면 저걸 알아야하고, 저걸 하려면 그걸 먼저 알아야하는 등 순서라는게 도저히 성립이 안되서, 이번에는 집을 구할 때 일어나는 일의 순서를 나열해본다.
1. 집 광고가 올라온 연락처로 연락을 해서, 집을 언제 볼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한다. 보통 부동산 관리회사라면 날짜와 시간을 정해놓고 사람들을 모아서 한 번에 보여주는 편이다. 집주인이라면, 본인이 시간이 날 때 스케쥴을 잡아준다.
2. 정해준 날짜와 시간을 맞춰 방문하면, 집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만약 집을 보러온 사람들이 많다면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보통 부동산 회사에서 집세를 시세보다 약간 싸게해서 내놓은 경우인데, 신용체크 해서 사람을 가려가며 받기 때문에 외국인이 구하기가 좀 힘들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서류들이 사람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만약 집주인이 직접 올린 경우라면 보통은 사람들을 한 번에 모아놓고 보여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각기 따로 스케쥴을 잡아서 집을 보여주게 된다. 이 경우 집주인의 경우는, 누가 됐든 빨리만 들어와주길 바라기 때문에 집 상태만 나쁘지 않다면 바로 계약하는 것도 괜찮다. 언제 입주가 가능한지 날짜를 반드시 물어봐야한다. 당장 입주가 안될 수도 있기 때문. 또한, 전기세는 포함되어있는지, 수도세는 포함되어있는지도 물어봐야한다. 일반적으로 하와이에서는 수도세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있다. 전기세는 건물마다 다 다른데, 전기세가 포함되어있는 건물이라면 건축할 때 당시 굳이 집집마다 계량기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는 용도의 건물 (호텔, 콘도 등)이었거나 혹은 계량기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었던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만약 전기세가 포함되어있는데 집에 에어컨이 있는 경우 (보통은 콘도 건물들), 에어컨을 무한대로 틀어놔도 괜찮냐는 식으로 한 번쯤은 꼭 물어봐야한다. 전기사용량이 일정수준이 넘어가면, 즉 집주인이 감당할 수 없는 액수가 나오면 이게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
3. 입주하고싶다고 희망해서 집주인 혹은 부동산 회사에서 승인을 하면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일반적으로 입주하려는 해당 집에 가서 계약서를 쓰게될텐데, 이때 집 내부에 있는 모든 사항을 확인해야한다. 벽이나 문에 낙서가 되어있는지, 깨진 자국, 페인트가 벗겨진 흔적, 벽에 박힌 못까지 전부 확인해야한다. 집에 커튼이 있다면 커튼은 반드시 치워달라고 하고, 가구도 왠만하면 치워달라고 하자. 집에 가구가 있으면 좋지않겠냐 하시겠지만, 이 부분은 밑에 따로 설명한다. 커튼이 필요하겠다싶으면 차라리 ROSS 매장 같은 곳에 가서 싸구려 커튼 사서 쓰다가 나갈 때 버리는게 더 속편하다. 만약 부동산 회사와 계약을 하게된다면 반드시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해당 하자를 전부 표기해달라고 해야한다. 집주인과 직접 계약할 경우 사진까지 찍지않아도 괜찮겠지만, 집주인에게 하자가 있는 부분을 반드시 상기시켜주고, 가능하면 계약서에 명시를 해달라고 해야한다. 직접 겪은 일인데, 내부에 상당히 문제가 많은 집에 이사를 가게되서 집주인에게 전부 상기를 시켜줬다. 당시 집주인이 "내가 다 알고있는 부분이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라고 얘기해줬다. 그집에서 총 3년을 살았는데, 1년 반 후에 집주인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런 전후사정을 잘 모르는 집주인의 자녀가 이런 부분에 대해 금액을 청구하는 바람에 약간 손해봤다. 어차피 계약서에 명시가 되어있지 않았으므로 나 역시 내가 한게 아니라고 잡아뗄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4. 하와이에서는 부동산 회사가 아닌 일반 집주인들이 어려운 법률용어를 써가면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부당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 협회 (같은 곳)에서 만든 일종의 표준 공통 월세 계약서가 있다. 대충 아래와 같이 생겼는데, 주의깊게 볼 곳은 제일 윗부분인
RENTAL AGREEMENT
Hawaii Association of Realtors Standard Form
이라고 적힌 부분이다. 이 부분은, 개인이 따로 작성한 계약서가 아닌, 부동산 중개인 협회에서 작성한 표준 계약서라는 의미이다.
이 계약서의 내용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내용들로 적혀있다. 부동산 회사마다 혹은 집주인마다 별도의 계약서를 첨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왠만하면 상식적인 내용들이 적혀있는 편이다. 만약 내용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보고싶다면, 계약서를 굳이 그 자리에서 작성할 필요는 없고, 집주인 혹은 부동산 회사 직원한테 "집에 가서 읽어보고 싸인해서 내일 다시 갖고오겠다" 라고 얘기하면 된다.
5. 계약서 작성이 완료되서 제출을 하게되면 계약서의 사본을 전해받을테고, 이 자리에서 약간의 금액을 제출해야한다. 집주인마다 부동산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일단은 기본적으로 이 때에는 일종의 계약금을 지불한다고 보면 되겠다. 보통 예의상 $100 정도를 주는 편인데, 이 금액은 "내가 이 집에 확실히 들어올테니, 앞으로 연락 오는 사람은 받지 말라" 라고 주는 금액이다. 당연히 공짜로 주는 돈은 아니고, 나중에 잔금을 치룰 때 이 계약금만큼 제외하고 지불하면 된다. 만약 더 마음에 드는 집을 보게되서 계약을 파기하게되면 이 돈은 못돌려받는다.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니 당연한 상식이라고 본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계약금을 현금으로 전해주게 될텐데, 반드시 영수증을 받아야한다. 부동산 회사 직원이라고해서 절대로 안심하면 안된다. 만약 현금으로 줘놓고 영수증을 안받으면, 나중에 해당 직원이 "나 돈 받은 적 없는데" 라고 시치미 떼도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보통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라도 집주인이 "영수증 같은거 없는데"라고 하면, 그냥 종이에다가 간단하게라도 적어서 싸인해달라고 요청해야한다.
6. 입주 당일날이 되면, 집주인 혹은 부동산 직원에게 총 금액에서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불해야하고 당연하지만 영수증을 꼭 챙겨야한다. 금액을 전부 지불하게 되면 집 열쇠를 받게된다. 이사를 완료하면 된다.
7. 월세 지불 날짜는, 반드시 정확하게 지켜야한다. 부동산 회사의 경우라면, 하루 늦을 때마다 페널티를 가산하기 때문이며 보통 월세는 개인수표로 지불하게 될텐데 이 경우라면 하루 전날 지불하는 것을 추천한다. 수표는 다음날 입금처리가 되기 때문에 부동산 회사마다 이것을 하루 늦은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기 때문.
다음과 같은 집은 피해야한다.
1. 집에 들어서는 순간 하수구 냄새가 난다.
2. 바닥에 깔린 카펫이 너무 더럽다 (카펫 자체도 불편하지만, 카펫이 새것이거나 깨끗하면 괜찮다)
3. 수도세를 세입자가 따로 내야한다 (하와이 대부분의 집들이 월세에 수도세가 포함되어있어서 다들 수도세가 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4. 집 안에 가구와 커튼이 전부 준비되어있다. 이건 밑에서 따로 설명한다.
5. 큰 길가에 위치한 집
6. 주차공간이 없는 집 (스트릿 파킹하면 된다고 하는 집도 피해야한다)
7. 요리를 아예 안할 계획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냉장고가 작은 집은 절대적으로 피해야한다.
다음은, 절대로 연락하지 말아야한다.
시세보다 월세가 아주 많이 저렴하며, 집주인 본인은 현재 의사(이거나 혹은 외국 어느 나라에 있는 대학 교수)인데 현재 중요한 일 때문에 외국에 장기체류하는 관계로 하와이에 없으니 내 소중한 집에 거주하면서 잘 가꿔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며, 월세를 우편으로 보내주면 집 열쇠를 우편으로 보내주겠다
=> Craig's List에서 아주 오랫동안 꾸준히 올라오는 100% 사기글이다. 딱 봐도 사기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속아서 당하는 한국사람들도 있을 정도.
계약이 끝나서 집을 비워줘야하는 경우의 순서를 나열해본다.
1. 먼저, 집 계약시 지불한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은행 계좌를 닫으면 안된다. 보통 부동산 회사라면 차후에 우편을 통해서 수표를 보내주기 때문에 며칠 정도 소요가 되며, 집주인과 직접 계약한 경우라면 사람에 따라서는 당일날 바로 수표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부동산 회사처럼 차후에 우편으로 보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 대부분은 차후에 주는데, 그 이유는 집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서 꼬투리를 잡아 보증금 일부를 까기 위해서다.
2. 부동산 회사와 계약한 경우, 계약서를 반드시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봐야한다. 특히 바닥에 카펫이 깔린 경우라면 분명히 청소 업체를 불러서 청소할 것을 요구하며, 그에 대한 증빙자료로 영수증을 요구한다. 내가 하와이 처음 왔을 때 영어도 잘 모르는데 이런 것까지 잘 몰라서 와이프랑 둘이 같이 고생고생해가면서 청소를 했지만, 절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카펫업체 청소비용으로 수백 달러를 청구당한 기억이 있다. 사실, 실제로 카펫 청소업체 불러서 청소하면 $100 정도 선에서 끝낼 수 있다. 특히나 부동산 업체의 경우, 보증금을 꼬투리 잡아서 떼어먹는 것 역시 업체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굉장히 까다롭게 본다. 이래서 처음 들어올 때 집 상태를 꼼꼼하게 봐야하는 거다. 벽에 나있는 흠집, 커튼, 가구 등등 굉장히 자세히 보는데, 위에 설명한, 커튼과 왠만하면 있는 가구도 치워달라고 요구하라는 것이 이것 때문이다. 가구라는 것이 6개월 1년 살다보면 조금 긁히기도 하고 파이기도 하게되는데, 원래부터 그닥 좋은 가구도 아니었던 것이 살다보니 생기는 생활기스 때문에 비용을 청구당하면 상당히 억울하다. 특히 커튼 같은 경우는, 겉보기에는 새것 같을지 모르겠지만, 어느날 먼지가 많이 끼어있길래 빨아볼까 싶어 세탁기에 돌려보니 완전히 삭아서 걸레가 되어버렸다거나 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
3. 입주 첫날 당시에는 이런저런 쓰레기가 한두개쯤 있었다고하더라도, 나갈 때는 반드시 싹 비워야한다. 입주 첫날 싱크대를 열어보니 키친타올이 하나 있길래, 나도 나갈 때 하나쯤은 예의로 넣어놓고 가야하나? 라고 생각해도 안된다. 무조건 비워야한다. 이런 것마저도, 쓰레기가 추가로 발견되서 치워야하는 문제 때문에 인건비를 청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뭐든, 꼬투리가 잡힐만한 문제는 만들지 말아야한다.
4. 집을 비워주는 시간은 대략 정오 12시를 통념적으로 보는데, 12시 전까지 모든 물건을 비우고 청소를 다 해놓고나서 부동산 회사 직원이나 집주인에게 집을 보여줘야한다. 원래부터 있었던 흠집이나 문제가 있었던 부분은, 입주 첫날 찍었던 사진이나 작성했던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상기시켜줘야한다. 그리고 열쇠를 반납한다.
5. 사실, 보증금의 일부는 못돌려받을 각오는 하시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내 경우는 부동산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40%까지 차감했고, 집주인이랑 직접 계약했더라도 역시 마찬가지로 일부를 청구당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살아야할까? 어디가 살기에 무난한 곳일지 알아보자.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주요 거주지이며,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사실상, 빨간지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파란색은 행정단위가 이미 시 (인천시, 수원시 등 city)라서 그쪽도 사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사는데, 일단 정착 초기에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에서 사시는 것을 추천해드린다. 초기부터 파란색 지역 거주는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다.
이제 빨간색 지역을 좀 더 확대해보면
위의 지도와 색깔을 통일시키지 못한 실수를 했는데 양해 부탁드린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역은 정착을 추천하지 않는 동네이며, 특히 칼리히와 펀치볼은 치안이 좋지않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사실 다운타운도 치안이 좋지않은 곳으로 유명한데, 그 유명세 때문에 오히려 순찰하는 경찰이 더 많고, 다운타운(상업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급콘도가 많다. 그래서 거기 거주하는 인구가 꽤 되는 편.
위의 영역표시는 대략적인 형태이므로 자세히 보실 필요는 없다. 일단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나눠놓은 건데, 보통 하와이 처음 오면 사람들이 "마키키 사시면 무난해요"라던지, "하와이카이 좋아요" 라고 얘길하는데, 하와이 처음 오신 분들이라면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고, 대략적인 거리도 가늠이 안되기 때문에 그런 얘기들이 하나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일단, 하와이의 모든 경제활동은, 지도상에 타운이라고 적힌 곳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하와이 최대의 쇼핑몰인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가 있으며, 월마트/샘스클럽이 위치해있고, 케아모쿠 스트릿(Ke'eaumoku St.)을 중심으로 나름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어있어서 초기에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또한, 이곳에 있는 월마트에는 야채나 고기 같은 음식은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계 슈퍼마켓인 돈키호테를 이용해야하는데, 보통 이곳 타운에 살게되면 돈키호테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지리적인 편리함도 있다. 다만 문제는, 중심지이고 편리한만큼 렌트비가 비싸다는 점.
따라서, 타운에서 약간 벗어난 곳을 찾다보니 많이 살게된 곳 중 하나가 마키키라는 곳이다. 마키키는 정말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조용하고 타운이랑 가깝다. 다만, 산 밑에 있다보니 지역에 따라서는 더운 곳이 좀 있다.
맥컬리-모일릴리 역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며, 특히 맥컬리-모일릴리 공립도서관은 하와이에서 한국 서적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도서관이며, 예전에 이곳 도서관장 (혹은 높으신 분)이 한국인이어서, 정책적으로 한국도서 입수를 많이 한 관계로 현재 2만권이 넘는 한국책을 갖고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출간한지 한 달도 안되서 바로 들어올 정도. 그외로는 이 지역은 주립대학교와 가까워서 학생들이 많이 살기도 하고, 또한 타운이랑 멀지않으면서 동시에 와이키키와도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와이키키는, 사실 거주하기엔 그다지 좋지않은 곳이다. 한국에서 오시면 잘 모르는 부분이, 최대의 관광지이고 관광객 많이 다니고 하니까 마트도 많고 다니기도 좋지않을까 하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일단, 마트라고 해봐야 ABC마트라고하는 편의점 밖에 없고, 당연히 편의점 물건 판매 가격이 마트보다 쌀 수 없을테며,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다보니 교통도 그다지 좋지않은 편이다. 렌트비도 비싸고, 주차비는 더 비싸며, 위치에 따라서는 관광객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이 꽤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동네.
마노아는 주립대학교가 위치한 곳으로, 주립대학교가 있다보니 이곳에 교수나 교직원이 많이 자리잡아왔고,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수준 높은 동네라는 인식이 생겨난 곳이다. 집값이 하와이 내에서 비싼 동네 중 하나이며, 조용하고 시원하며,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하우스가 대부분이라 오히려 렌트로 나오는 집은 거의 없는 편.
카이무키는 마키키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카피올라니 커뮤니티 칼리지가 근처에 있어서 학생들도 많이 산다. 와이키키와도 가까우며, 그냥 사람들 많이 사는 동네인만큼 살기에는 편한 동네.
다이아몬드헤드와 카할라는, 하와이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이며, 하와이 최고의 부자들만 사는 곳이다. 특히 카할라는 집값이 보통 50억 100억 200억씩 하는 동네라 렌트가 거의 없고, 카할라 쇼핑몰 근처에 콘도와 렌트 건물 몇 군데가 있어서 거기서만 렌트가 나오는 편.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살기좋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히려 그 반대인데, 다이아몬드와 카할라 거주지역에는 하우스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마트 한 번 가려면 무조건 차를 끌고 나와야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동네와 미국이 생각하는 부자동네의 기준이 서로 달라서 그렇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동네"라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조용한 곳"을 최고로 친다.
하와이카이는 하와이에서 카할라 다음으로 비싼 지역이라고 알려져있는데, 표시된 지역이 넓은만큼 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대신 그만큼 하우스도 많고, 렌트로 나오는 집들이 많지는 않은 편. 더운 곳이다.
정리해보면, 초기 정착지역으로는 타운, 마키키, 카이무키, 맥컬리-모일릴리를 추천해드린다.
3. 은행 계좌 개설
집을 구했다면, 계약서를 작성하자마자 바로 달려가야할 곳은 은행이다. 그 이유는, (미국 본토는 안살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하와이에서의 은행 계좌 개설은 한국과 많이 다른데, 일단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 우편물을 받을 거주지가 반드시 선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와이에서는, 일반적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통장이라고 하는 종이책이 없다. 계좌를 개설해도 손에 쥐는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난감하다. 은행을 고르는 법은 딱히 없지만, 굳이 추천을 하자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은행을 고르는 것이 좋다. 하와이 내에는 총 4개의 대표 지역은행인 Bank of Hawaii, First Hawaiian Bank, American Savings Bank, Central Pacific Bank가 있으며, 한국계 지역은행인 Ohana Pacific Bank가 있다. 미국 본토 대형은행이나 국제 대형은행의 지점은 없다. 오래 전에 그 유명한 Bank of America가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면서 들어왔는데 망하고 나갔다.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하와이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설명해야하는데, 이것은 주제가 다르므로 설명하지 않겠다.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는 계좌 개설하면서 돈을 전부 입금하지말고, 최소 1주일에서 길게는 2주일 정도 쓸 생활비를 남겨놓아야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계좌를 개설하게 되는 절차를 나열해본다.
1. 여권, I-20 등의 법적인 신분증명 서류를 지참해서 은행을 방문한다.
2. 계좌 상품을 고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돈을 넣었다뺐다하는 체킹 어카운트 (Checking account)라고하는 입출금 계좌가 있고, 여기에 딸려오는 현금카드를 데빗 (Debit) 카드라고 부른다. 미국 은행에서는 일반적인 입출금만 하는 계좌에도 매달 수수료를 내야하는 계좌가 있는데, 이러한 상품은 사양추세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수수료가 없는 계좌를 개설하게 된다. 내가 쓰고있는 체킹 계좌는 Totally Free Checking이라고 하는, 수수료가 아예 없는 체킹 계좌를 쓰고있다. 만약 부부가 오셨다면, 부부 공동명의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Joint account라고 한다. 체킹 어카운트 만들 때 조인트 어카운트로 해달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배우자 이름으로 된 데빗카드도 발급해준다.
3. 첫날 계좌를 개설하면서 현재 수중에 보관하고 있는 돈을 같이 입금하게 될텐데, 얼마를 입금했다고 하는 종이 쪼가리 한 장을 준다. 이것을 잘 보관해야한다. 대부분이면 별 문제 없겠지만, 미국이라는 사회의 특성상 모든 증명은 영수증으로만 가능하므로 뭔가가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진 영수증을 갖고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임시로 쓸 수 있는 임시 개인수표 2-3장을 주며, 이외에 계좌에 대해 설명하는 팜플렛 외에는 따로 주는 게 없어서 상당히 불안하다.
4. 약 1주일이 지나게 되면, 집으로 발신인을 알 수 없는어떤 우편물이 하나 오는데 여기에는 숫자 4개만 달랑 적혀있다. 이것이 계좌의 비밀번호다. 여기서 집주소가 바뀌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또 대략 1주일 정도 지나면 마찬가지로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어떤 우편물이 하나 오는데, 여기에는 데빗 카드가 들어있다. 이것을 사용하려면 ARS 전화를 이용하여 카드를 활성화시켜야하는데, 처음 와서 영어로 전화통화하는 것은 부담이 될테니, 여권 등의 개인 신분서류를 들고 은행에 방문해서 데빗카드를 액티베이션 activation 해달라고 하면 된다. 이래서, 계좌 개설 전에 집부터 구해야하는 거다. 또한, 여기까지 최장 2주가 걸리므로, 이래서 1-2주를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를 따로 빼놔야한다는 거다.
5. 데빗카드를 활성화했으면, 해당 은행의 외부에 설치된 ATM 기기에 가서 시험인출을 해보자. 미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안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외부에 완전히 노출된 곳에 ATM기기가 설치되어있다. 출금할 수 있는 지폐의 인출액수 단위는 $20이다. 마찬가지로 타은행 ATM가도 인출은 되지만, 수수료가 한국과 다르게 어마어마하게 쎄다.
6. 따로 원할 경우, 개인수표를 구입할 수 있는데, 100장에 대략 $10 정도 한다. 미국에서는 보통 액수가 큰 거래의 대금지불은 개인수표-첵check 이라고 부른다-로 거래하며, 월세 등은 첵으로 지불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거래기록이 은행 전산망에 남기 때문. 은행에서 첵을 입금받으면 해당 첵을 양면으로 스캔해서 이미지로 보관한다. 마트에서 써도 상관없다. 이외, 인터넷으로 요금 납부가 안되는 공과금의 경우 첵을 써서 우편으로 보내기도 한다. 현금은 우편으로 보내면 안된다.
만약 수표를 부도낼 경우, 정해진 벌금이 부과되는데 보통 $20 정도 된다. 명심할 점은, 수표 발행자 뿐만 아니라 입금자, 즉 다시 말해서 수표를 발행/입금처리하는 대상 모두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인터넷에서 어떤 물건을 결제했는데, 이런저런 금액들이 들어오고빠져나가고 하면서 결제가 됐는데 만약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어버리면, 이런 것은 하루 $20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따라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4. 인터넷 개통
하와이에서 사용 가능한 인터넷은 2개 회사가 있다. Hawaiian Telecom과 TimeWarner Cable (혹은 Oceanic cable 또는 RoadRunner라고도 한다). 가능하면 타임워너 (오셔닉) 케이블의 인터넷을 가입하시라고 권해드린다. 속도가 하와이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인데, 한국만큼은 아니어도 50메가 100메가 라인이 설비되어있으며, 50메가 상품도 세금 다 합쳐서 월 $50 미만이다. 더 싸게 쓸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1년 이내에 돌아가실 분이라면 굳이 그렇게 안하시는 게 더 낫다.
인터넷 가입은 핸드폰 가입보다 훨씬 간편하고 요구하는 것도 딱히 없지만, 문제는 한국처럼 당일날 바로 와서 설치해주진 않는다. 운이 나빠서 어쩌다 인터넷 가입 혹은 변경신청이 너무 많이 몰리게 되면 인터넷 설치하는데만 2주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오셔닉 케이블 고객센터는 대략 305 Ward Ave Honolulu에 있으며, 스타벅스 및 잠바쥬스 매장이 위치한 건물의 2층에 있다. 주의해야할 점은, 고객센터 직원들의 일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게 느리기 때문에 아주 오래 걸릴 거라고 각오를 하고 가야한다. 왠만하면 일처리 오래 걸리는 것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하와이 사람들조차도 느리다고 욕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고객센터에 가서 인터넷을 새로 가입하고 싶다고 하면 주소를 물어보는데, 하와이의 전반적인 인프라가 워낙 낡은 탓에, 오셔닉 케이블이 가능한 지역이 있고 불가능한 지역이 있다. 가능하다고하면 다행인데, 만약 서비스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하면 남은 선택지는 하와이안 텔레콤 하나 뿐이다. 하와이안 텔레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속도인데, 지금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오셔닉 케이블 속도의 10% ~ 30% 정도로 보면 된다 (2020년 현재 광케이블로 교체됐다고하는데, 써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오셔닉 케이블 서비스 불가지역으로는 이사가지 않는다.
5. 물품 구입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하와이 어디에 무슨 마트가 있는 것쯤은 다 아시는 분들일테니 따로 설명드리진 않겠다. 다만 염두에 두실 점은, 마트라고해서 모든 물건이 늘 싸진 않다. 마트마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가격대가 다른데, 이것은 미국이 한국과 유통 시스템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이므로, "여기는 비싼 마트인가보다"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월마트는 늘 싸지만, 세일을 아예 하지않으며 식재료를 전부 취급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니, 세이프웨이, 푸드랜드, 타임즈 등의 마트를 돌아가면서 구입하려는 물건마다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으면서 장을 보면 그래도 낭비를 좀 줄일 수 있다.
다만, "매번 장을 볼 때마다 어떻게 여기저기 다 다닐 수 있냐"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쉽지않으므로, 추천해드리는 방법으로는, 마트를 다니면서 할인폭이 큰 음식이나 생필품들은 당장 필요없더라도 구매를 해놓는 거다. 예를 들자면, 하와이에서는 현재 스팸캔 큰거 하나의 월마트 가격이 대략 $2.70 정도 되는데, 집에 스팸캔 새거 하나가 아직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 날 어느 마트를 가니, 거기서 스팸 세일한다고 같은 사이즈의 캔을 $1.50에 판매한다면, 집에 새거 하나 있더라도 여기서 한 3캔 정도는 미리 사두는 거다. 어차피 통조림이라 보관을 오래할 수 있으니, 이런 건 이럴 때 사두는 것이 돈 버는 거다.
또한, 코스트코나 샘스클럽 등의 창고형 매장 회원제에 가입해서 생필품을 구입하시라고 권해드린다. 여기서는 대량으로만 팔지만, 워낙 가격이 싸기 때문에 다 못먹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가 싸다.
아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자동차 구입일텐데, 일단은 Craig's List에서 전체적인 시세를 훑어보시라고 권해드린다. "이 브랜드의 이 차종에 이 연식은 대략 이 정도의 가격대구나"라는 정도는 알아야 그래도 좀 덜 바가지 쓸 수 있다. 아무래도 급하게 구매해야하는만큼의 추가지출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격대를 알고 구매하는 것은 많이 도움이 된다.
참고로 Craig's List에는 중고차 매매업자도 광고를 하고 일반 개인도 광고를 올리기 때문에 섞여있다. 거기서 글을 보다보면, 아무래도 판매하는 차종이 많거나 그러면 딱 봐도 업자인게 티가 나게 되어있고, 그러다보니 업자라고 해서 업자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그러지 않고 아예 업자라고 명시를 한다. 매매업자에게 구입하면, 일단 차의 상태는 확실한 것을 판매하지만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점이 있다. 그외의 중고차 구입에 관한 부분은 한국이나 여기나 다르지 않다. 보험가입하는거 잊지마시라고 말씀드린다.
개인이든 업자든, 차를 구입하게 되면 "이 차는 이제 내 거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한 장 받게되는데, 대충 이렇게 생겼다.
차를 구입하게 되면, 이 서류를 반드시 받아야한다. 위의 서류 하단쯤에 빨간글씨로 적힌 부분에 절취선이 있어서, 판매자와 구매자는 이곳에 서명을 해야하고, 매매가 완료되면 판매자는 이 절취선을 떼어서 시청에 제출하게 되어있다. 구매자 역시 남은 부분을 시청에 가져가 제출해서 소유권을 이전해야한다. 호놀룰루 시청은 다운타운 쪽에 위치해있지만, 이 업무를 볼 수 있는 출장소가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내에 있으므로 이곳에 가면 된다. 사람이 많고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아침일찍 가시라고 권해드린다. 소유권 이전 비용은 $10 미만인 것으로 기억하고, 아마 시청 직원이 ODO를 물어볼텐데 이 ODO라는 것은 총 주행거리를 의미한다. 시청 가셔서 차에서 내리기 전에 총 주행거리를 적어놓고 가시길 권해드린다. 몰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중고차 매매에 대한 몇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제외하고 특별히 염두에 둘만한 사항을 알려드린다면, 구입하려는 자동차의 등록일이 언제인지 알아둬야한다. 예를 들어서 이 글을 작성하는 날짜가 10월 25일인데, 구입하려는 자동차의 등록일이 12월이라면, 12월에 자동차 등록세를 납부해야한다는 소리다. 자동차 등록세의 금액 기준은 무게로 산정되므로 차의 연식에 상관없이 대부분 비슷한 금액이 나온다. 대략 $280에서 $350 사이인데, 차 구입하자마자 또 세금을 내야한다면 이것도 괜히 기분이 안좋을 수 있으니 등록일이 언제인지 물어보자. 물어보지 않고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아래의 하와이 자동차 번호판을 보자.
위의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우측 상단에 AUG 2010 PSE370이라고 적혀있다. 이것이 바로 이 자동차의 등록월을 나타내는데, 즉 2010년 8월에 등록세를 납부해서 본 스티커를 발부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략 등록세 납부월과 비슷한 시기에 자동차의 정기안전검사-Safety Inspection-를 해야하는데, 정기검사 자격을 갖춘 정비소에 차를 가져가서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아래와 같은 스티커를 차 뒷범퍼에 부착해준다.
비용은 $15에서 $20 정도 되는데, 사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검사결과 어디어디가 고장이 났으니 고쳐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점인데, 그걸 수리하지 않으면 스티커를 부착해주지 않는다. 수리는 다른데서 해도 된다. 그리고 다른데서 수리하고, 수리한 곳에서 다시 비용을 내고 안전검사를 받아도 된다. 수리하고나서 원래 검사했던 곳으로 돌아가면 비용을 다시 내지 않아도 된다. 중고차를 구입할 때 늘상 어딘가 고장난 부분이 없는지 신경써야하는데, 기왕 구입할거면 이렇게 정기검진 날짜가 한참 남은 차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
또한, 이미지를 구할 수 없어서 첨부를 못했는데, 위에 첨부한 자동차 소유를 증명하는 서류인 Certification of Title 중간 Section A라고 적힌 부분 위쪽을 보면 다소 넓은 크기의 공백이 있다. 이 곳에 만약 Salvage rebuilt라는 문장이 적혀있다면, 이 차는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의미는, 이 차는 어떤 계기로 인해 완전히 박살나서 다시 조립된 차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나중에 되팔 때 제값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차가 딱 봐도 사고난 흔적이 전혀 없는데 salvage 타이틀이 붙은 차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경우는 차가 도난됐다가 못찾아서 보험사가 보상금을 지불하고 마무리지었는데 차후에 발견된 차량의 경우 이런 타이틀이 붙는다. 비록 차 자체는 사고난 흔적이 없더라도, 일단 salvage 타이틀이 붙으면 팔 때 제값 못받는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살 때 싸게 살 수 있다는 의미.
하와이의 인종구성이 아무래도 일본인이 많다보니, 일본차를 구입하는 것이 수리받기 편하다. 토요타나 혼다 정도만 구입해도 사실 그렇게 잔고장도 없는 브랜드인데다 수리받을 때도 크게 무리가 없는 브랜드라 많이 선호하고, 막상 하와이 와서보면 토요타랑 혼다 밖에 안보일 정도다.
참고로 알아두면 좋은 점
1. 하와이는 가죽시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고차 보러다닐 때 가죽시트 없다고 차의 상태를 평가절하하지 마시라는 거다. 하와이의 날씨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팔 반바지를 입고다니는데, 여기 사람들이 차에 탔을 때 가죽 재질의 시트가 맨살에 달라붙는걸 너무나도 싫어한단다. 그래서 왠만하면 가죽시트는 안하는 편이다.
2. 하와이의 도로 노면상태는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안좋은 곳이 많아서, SUV를 많이 타고 다닌다. 하와이 다니다보면 전부 SUV만 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SUV가 많다.
3. 하와이는 좁은 섬이고 도망갈 데가 없기 때문에 차를 도난당해도 찾을 수 있다. 언젠가는 다 찾는다.
4. 하와이 자동차 번호판은 특별히 돈주고 구입하는 번호판이 아니라면, 영어 알파벳 3자리 + 숫자 3자리로 구성되어있는데, 알파벳 순서가 앞쪽일수록 옛날에 등록된 차를 의미한다. 현재 등록되서 나오는 차들의 알파벳은 S이며, 2016년 1월에 출시된 차들의 번호판은 STD부터 시작했고 이글을 작성하는 2016년 10월은 대략 SV* 정도 나와있다. 만약, 연식이 오래됐는데 번호판이 최신이면, 그건 그때 당시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차를 재등록했다는 의미가 된다.
돈주고 구입하는 번호판이라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글씨로 최대 글자까지 만들어준다.
이상 이번 실체편을 마무리한다. 혹시나 하와이에 장기거주할 계획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 "이런 내용도 넣어주세요"라고 글 남겨주시면 이 글에 업데이트를 해드리겠다.
나는 바나나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하루에 하나씩 반드시 먹지않으면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할 것 같을 정도로 집착하는데, 의외로 좋아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맛있어서 좋아한다. 바나나에 칼륨이 많아서 나트륨을 배출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은 잘 알고있지만, 일단은 그냥 맛있어서 좋아한다.
내가 어릴 때에는 바나나가 너무나도 비싼 과일이라 몇 달에 하나 밖에 먹을 수 없는 과일이었는데, 어느 날엔가 갑자기 아버지가 박스채로 사갖구 오셨다. 당시에는 어릴 때라 왜그런지는 잘 몰랐지만 그 이후로는 바나나 값이 싸져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그렇게 자주는 못먹었는데 하와이 오고나서 Costco 등에 가면 워낙 싸게 팔기 때문에 거의 하루에 하나씩 먹어도 될만큼 구입하게 됐다. 보관기간만 좀 길었어도 참 좋았을텐데...
여기 하와이에는 한국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바나나가 있는데, 애플 바나나 Apple Banana라고 한다. 어디선가 듣기에 한국에서는 바나나플 Bananapple 이라고 알려져있다는데, 애플 바나나라는 이름답게 상당히 새콤한 맛이 난다. 정말로 사과맛이 나는듯 할 정도 산도가 좀 있는데, 바나나를 좋아하지않는 울 와이프도 이것만큼은 좋아할 정도.
생김새는 위의 사진처럼 생겼는데 사실 저렇게만 봐서는 뭐가 다른지 알기는 힘들고, 보통의 바나나보다 짧고 많이 두껍다. 한국에서 말하는 "몽키 바나나" 같이 생기긴 했지만, 몽키바나나는 그냥 짧고 작기만 하고 애플 바나나는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아래는 일반 바나나와 애플 바나나의 비교샷. 오른쪽의 애플바나나가 훨씬 두꺼운데, 역시나 사진으로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애플 바나나는 하와이에서도 워낙 값이 비싸서 자주 사먹기 힘든 과일이다. Costco에서 보통 바나나는 아주 크고 품질이 좋은 보통 바나나 7개에 $1.85 정도 하는데, 애플 바나나는 8개에 $4~5 정도 한다. 사이즈는 반절인데 가격은 3배다.
이 애플바나나를 의외로 싸게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매주 수요일 아침 McCully 도서관 근처에 있는 Honolulu Stadium State Park 주차장에서 아주 조그만 Farmer's market이 열리는데, 여기서 몇몇 상인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다. 아마도 집에 바나나 나무가 있어서 열리는 것을 따오는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하와이에는 자기집 마당에 망고 나무가 있는 집들이 많다). 상태가 좋지못한 것은 깎아주기도 하고, 자주 사러가면 한 개씩 더 주기도 한다.
망고나무는 저렇게 가지 하나에 수십개씩 달리는데다 자주 나온다. 아 진짜 집에 망고나무 있는 사람들 부럽다.
익어서 떨어진 망고들이 땅에 부딪치면서 깨진다. 그래서 아무도 안줏어가는 망고들...
참고로, 일반 바나나는 익으면 익을수록 갈색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최고로 맛있는 상태이며, 점점 더 익으면서 갈색이 껍질 전체를 뒤덮으면서 껍질이 점점 얇아진다. 껍질 두께만 봐도 상태를 알 수 있는 과일. 이때는 향과 당도는 최상이겠지만 식감이 죽어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그만 갈색 점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 가장 맛있는 상태.
하지만 애플 바나나는 좀 다르다. 반점이 생기기 직전의 상태가 최고로 맛있는데, 사과처럼 새콤한 맛이 아주 강하게 나며,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신맛은 줄어들고 단맛이 강해진다. 일반 바나나는 너무 많이 익으면 물이 생기면서 물러지는데, 애플 바나나는 신기하게도 물러지진 않는다. 다만 스펀지 마냥 푸석푸석해진다.
미국은 의료비가 정말 비싼 나라다. 의료보험조차도 자본주의적인 논리에 입각해, "왜 내가 다른 사람의 병원비를 위한 세금을 내야하지?" 라고 반발하기도 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의 비용 역시 상상을 초월해서, 미국에서 맹장 수술 받으면 천만원이 나온다더라 하는 말은 진짜 사실이다. 다만, 한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세계적으로도 최고수준인데다 비용이 너무나도 싸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도록 하자.
하와이는, 미국에서도 의료보험이 최고로 잘되어있는 주에 속한다고 한다. 특히 하와이 주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보험회사인 HMSA라는, 하와이 내 보험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이 회사와 HDS라고하는 치과 전문 보험회사의 보험제도는 가끔 한국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하와이에서 직장생활을 하게되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HMSA 보험을 가입하게 되는데, 회사마다 직원들에게 제공해주는 의료보험의 상품이 다 달라서 혜택을 적게보는 사람도 있고, 좋은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다. 좋은 혜택은 대신 그만큼 매달 내는 비용이 많다.
나는, 내가 원해서 든 것은 아니지만, HMSA에서 가장 좋은 보험상품에 가입되서 사용 중인데, 매달 내는 돈은 약 $600 정도이다. 이 보험에서 커버해주는 인원은 나와 내 배우자까지이며, 자녀가 생기면 가족 상품으로 변경해야한다. 의료비 커버는, 내가 10%를 부담하고 보험회사가 90%를 부담한다.
여기서, 저렴한 상품과 비싼 상품의 차이는, 예를 들어 내 와이프가 유방암 검사를 하고싶어서 엑스레이 및 초음파 검사를 하는 곳에 가서 검사를 하게되면, 사실 이것은 "몸이 아퍼서" 의료행위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검사를 요청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저가형 상품의 경우 커버를 받기가 어렵다. 나는 직장가입자가 가장 비싼 상품에 강제로 가입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장 비싼 상품에 가입되어있지만, 와이프가 1년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유방암 검사를 받고싶어하고, 의료비 내역서를 보면 비용이 정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지만 내가 내는 비용은 몇만원 안된다. 더군다나, 미국 병원, 엄청나게 친절하다. 일부 한국 의사들 특유의 권위의식 같은거 절대로 없다.
특히, HDS - Hawaii Dental Service 라고 하는 치과 보험이 정말 걸작인데, 매월 3만원 정도의 보험금으로 나와 내 와이프가 1인당 $2,000까지 혜택을 본다. 하와이 내 치과의사들이 연합해서 만든 보험이라고 알고있는데, 혜택 내역을 보면
스켈링 연 2회, 엑스레이 연 1회, 클리닝 2회, 불소치료 2회 = 100% 커버
이외 기타 치료들 60 ~ 80%까지 커버되며, 심지어는 임플란트도 상황에 따라서 60%까지 커버를 해준다.
나는 2015년 1월에 어금니 임플란트를 했는데, 내 경우는 보험으로 커버가 되지않는 상황이라 100% 자비로 부담해서 시술을 받았는데도 전부 들어간 비용이 $2,880 이며, 이빨이 썩어서 신경치료+세라믹크라운 치료도 받아봤지만 비용은 내 기억에 $350 정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정도면 한국이랑 비교해서도 크게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외 조금씩 때우고 치료하고 하는 정도는 5-10만원 정도 밖에 안든다. 그래서 내 경우는 치과만큼은 6개월마다 한 번씩 꼬박꼬박 가고, 치료할 게 있으면 별로 부담없이 치료한다.
미국 의료비 비싸다고들 많이 한다. 물론 본토는 안살아봐서 잘 모르고, 내 경험은 지극히 하와이에만 제한되지만, 일단 내 경험으로는 보험이 있으면 아주 비싸진 않다. 미국에서 직장생활하고 보험있으면 인터넷에 인증사진 올리고 난리법석 뜰만큼 비싸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