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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와이 산다. 다른 글엔 안적혀있지만 난 늦깍이 유학생이다.
열라 좋은 회사 취직한 내 여동생을 보고 자극받아서 3년 다닌 은행 다니면서
3달 만에 고민하고 결정내려서 2달 만에 미국땅을 밟았다.
고모가 하와이를 살고계셔서 여기로 온 게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알아본 바로는 하와이는 영어 배우기 딱 좋은 곳이다. 그건 지금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와이하면 다들 생각하는 게 뭘까.
와이키키 해변, 진주만, 요즘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마우이 정도?
그래. 하와이가 아름답긴 하다. 날씨? 정말 죽인다. 환상적이다.
낮에는 햇빛이 쨍쨍하지만 습도가 적어서 그늘에만 들어가면 엄청 시원하다.
바람도 많이 분다. 저녁엔 살짝 추울 정도로 나처럼 더위 잘타는 사람은 아주
시원하다. 밤에 잘 때 창문 열어놓고 자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날씨하나는 기가 막힌다.
그러나...
사실, 처음 와서는 많이 실망했다. 한국으로치면 한 80년대쯤으로 보이는 집들
모여있는데가 그냥 일반적인 곳이었고 듬성듬성 초고층 빌딩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하고 다른 모습인 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초고층 빌딩이 숲처럼 우거져있지만, 여기는 2-3층짜리 단층 건물이
엄청 많고 군데군데 높은 빌딩들이 서있어서 익숙치 않은 장면을 보여준다.
어쨌든, 대부분의 건물이 낡고 헐었으며 집 안에는 우리가 흔히 생활하는 마루가
아닌 낡고 더러운 카펫이 깔려있었다. 울 와이프는 고모집에 도착하자마자 유학
온 것이 후회되는 순간이라고 했었다. 최근에 지어진 집이나 레노베이션을 해놓은
집들은 카펫이 깔려있진 않지만, 카펫이 마루보다 월등히 값이 싸기 때문에 카펫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처럼 겨울철 거실에 까는 카펫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와이키키 나가니깐 그래도 하와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연한 초록빛 바다에
초고층 호텔들이 쭉 늘어서있고 와이키키의 주 도로인 Kalakaua Ave에는 온갖
샤핑몰이 늘어서있다. 지금도 와이키키 나가면 재미있고, 사람 사는 기분 든다.
반면, 하와이 주민들 사는 지역인 마키키, 알라모아나, 맥컬리, 칼리히,
솔렉, 하와이카이 등의 지역을 보자.
그래. 알라모아나는 세계 최고의 샤핑센터도 있고, 바로 앞에 해변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좋은 집들 많다. 월마트 뒷쪽 Sheridan St 주변지역을 보자.
<위험하진 않지만 인적이 드문 월마트 뒷편 Makaloa St >
접대부 아닌 접대부들 나오는 술집부터 도박 하우스 많기로 잘 알려진 동네다.
주택가다보니 해 떨어지면 사람이 안다닌다. 물론 하와이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동네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동네는 여자 혼자 다니기엔 조금 걱정될만큼 불안한
동네다.
마키키. 렌트비 싸고 조용한 동네다. 근데 지역상 참 애매한 동네다. 학교 다니려면
버스를 최소 한 번은 갈아타줘야하고, 알라모아나도 와이키키도 조금씩 멀다.
게다가 비도 자주 온다. 역시 해 떨어지면 사람 안다닌다.
맥컬리. 유학생들한테는 좋은 위치다. 버스타기 편하고 학교 가깝고 렌트비 싸고.
근데 월마트 멀다. 알라모아나 역시 멀다. 걷기는 좀 뭐하고 버스타기엔 버스가
잘 안오니 기다리는 게 지x같고. 전체적으로 건물들도 많이 낡았고.
칼리히. 동남아애들 모여사는 곳이다. 밤에 걸어다니면 100% 사고나는 동네라고
한다. 매우 위험한데 그래도 한국사람 살긴 한다. 렌트비가 싸니깐.
솔렉. 열라 멀다. 자가용 끌고가면 40분 이상 걸릴텐데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차로
30분이면 엄청 먼 곳이다. 이건 와서 살아봐야 느낄 수 있다.
하와이카이. 부자동네다. 나같은 유학생이 논할 수 있는 동네가 아니다.
하와이 인구비율을 보자. 정확한 자료는 아닌데, 대충봐도 일본인 40%,
필리피노 및 기타 동남아/섬 애들 30%, 백인 20% 기타 10% 되는 것 같다.
가끔 와이키키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가면 내가 미국에 살고있는지 일본에
살고있는지 해깔릴 정도다. 백화점 내 안내방송도 일본어로 먼저 나오고
그다음 영어가 나온다. 고객의 90%는 일본인이다.
울학교, 나 처음 들어갔을 때 ESL반 30명 중 20명 일본애들이었다. 얘네들은
관광도 많이 오고 살기도 많이 산다. 아주그냥 하와이는 일본땅 같다.
자료 같은 건 아니고, 내가 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대체 일본인 말고는 보이질 않는다.
사실, 일본인들은 하와이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한다. 하와이를 엄청 좋아하고,
하와이에서 나오는 물건이라면 뭐든 좋아한다고 한다. 옛날 진주만 폭격사건을
겪고도 이 많은 일본인이 들어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필리피노. 칼리히 지역에 모여사는데 얘네들 인구 이렇게 많아도 하와이 내에서
인재 하나 배출한 적이 없단다. 부모들이 교육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필리피노 친구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백인. 세계에서 백인들이 차별받는 곳이 이곳 하와이가 아닐까. 세계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는 마인드를 가진 백인이 이곳 하와이 출신 백인이 아닐까.
이것 이외엔 백인에 대해서 별로 소개할 게 없다. 와이키키에 있는 백인들은 다
관광객이다. (참고로, 이곳 하와이 사람들은 와이키키 잘 안간다. 물 더럽다고)
이제 한국인 차례다. 하와이 내 한국인은 35,000에서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와이 대학교 총원이 4만명이란다. ㅎㅎ)
너무 인구가 없다보니 인맥관계가 너무 좁아서 어떤 사람이든 한 다리만 건너면
전부 다 아는 사람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학교에서 A하고 잘 아는 사이다. 그런데 등교길에 같이 버스타는 B가 있는데,
얘가 한국인인건 확실한데 모르는 사이라서 말걸긴 좀 그렇다. 그래서 난B랑 좀
친해지고 싶어서 A한테 B 아냐고 물어보면 잘 아는 사이다. 이게 거의~~~~ 다
통한다.
이렇게 말해도 잘 이해가 안가는 분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을 소개한다.
실화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한 아주 평범하고 또 여기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이다.
지난 달에 맥컬리로 이사를 왔다. 친한 동생 둘이서 이삿짐을 날라주고 교회 형이
트럭을 갖고있어서 도와줬다. 근데 이 친한 동생 중 한 명이, 한 6개월 전쯤에
이사를 가야했었는데 1달 정도 공백기간이 있어서 딱 1달만 살 수 있는 집이 급하게
필요했고 다행히 때마침 딱 1달만 같이 살 사람이 필요하다는 어떤 형이 있었단다.
그래서 다행이다싶어 그 집에서 딱 1달을 살고 나왔다. 근데 웃긴게, 이 트럭을
운전해준 형이 방금 얘기한 이 집에서 살다가 잠깐 1달 동안 나와서 살 일이 생겨서
1달 동안만 잠시 나왔었단다. 결국 여차저차해서 서로 다 아는 사이가 되버린거다.
또, 이 동생을 데리고 내가 다니는 교회에 데리고 갔다. 근데 울 교회 한 여자애가
이 동생 친척형 여자친구와 친구란다. ㅎㅎㅎ
이런 식으로 여기 하와이에서 한국사람들은 어떻게든 다 엮이고 엮인다. 너무 좁아서
죄 짓거나 사고치면 동네를 떠야한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좋을 수도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나쁜 사람 많은 곳이 하와이이기도 하다. 더 재밌는 건,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도 술집가서 술집 여자 만나고, 다른 남자랑 바람도 피우는 곳이다.
나 아는 여자 유학생은, 미국은 아직 하와이 밖에 모르지만 하와이 때문에 미국이란
나라가 너무 싫어졌단다. 한국음식점에서 웨이츄레스로 알바하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없단다. 울 와이프도 이 식당에서 알바한다. 처음엔
매일 울었다.
어찌보면 누구나 다 외국생활이라고 하면 환상을 갖고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도
그랬으니깐.
유학생활 해보신 분이거나 외국생활에 관심이 있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사회적인
제도 자체가 한국이랑 많이 다르다보니 한국에서의 각박한 생활이 여기서는 아주
먼나라 내지는 후진국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내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이곳에서 자라온 한국인 1.5세는, 한국에서 1년을 살아본 친구다. 그래서 한국생활에
대해서 아주 잘 안다. 하지만, 한국처럼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일하고 죽어라 돈
모아야하고 이런 사회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자란 이 하와이는 어떨까?
솔직한 내 의견으로는, 여기 하와이 사람들 아주 짜증난다.
시간약속 제대로 지키는 법이 없고, 뭐 하나 부탁하면 2-3일 걸리는 건 기본이다.
일례로, 부동산 회사에 전화해서 좀 따질 게 있었다. 아무래도 따지는 건 영어실력이
딸리는 나로선 불가능한 일이니깐 이 친구한테 부탁했다. 한 4일만에 전화해줬다.
물론, 알면서 안해준 건 아니다. 본인도 이래저래 할 일도 있고 그러다보니 잊어먹고
전화했는데 그 사람이 자리를 비웠고 나름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사람들 행동도 느려터져서 월마트 같은데 가서 물건 계산하려면 짜증이 제대로 난다.
특히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ROSS 가서 물건 사면 계산하는데만 30분이다.
계산하는데 기다리기 싫어서 물건을 안사고 나온 경우가 한 80%는 된다.
<월마트 맞은 편에 있는 ROSS. 처음에 와서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매장관리...>
친한 1.5세 친구 중 하나는 이번에 변호사가 됐다. 근데 변호사 되기 전부터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바를 했는데, 어쩌다 일이 많아서 8시간 일하다보면 아주 죽는 소리를
한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역시 다운타운에서 일한다는 건 보통이 아니야"
이러고 있다. 옆에서 울 와이프 왈 "아유 이걸 콱~ 꼴랑 7-8시간 일하는 거 갖고..."
과연 뭐가 정답일까? 하루에 딱 6시간만 일하고, 저축 안하고 돈 다 쓰면서 여유롭고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면서 돈 최대한 아껴서
돈 모으고 집사고 차사고 하는 것이 정답일까?
가끔 이 미국이란 나라를 보면, 언젠가는 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원래는 이 글 하나에 전부 다 쓸려고 했는데 쓸게 많아서
그냥 심심할 때 또 쓸 수 있는 연재로 해야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다음 이야기로
기약한다.